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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톡톡 취재수첩

대책 없이 연합부터 파기..부울경 다시 각자도생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2년 10월 19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울산과 부산, 경남이 전국 최초로 추진했던 지방자치단체 특별연합, 이른바 '부울경 메가시티'사업이 결국 파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저희가 이 시간에 그동안 특별연합 사업이 좌초되어 가는 과정을 중간중간 전해드렸는데요. 그동안 정부의 지원까지 약속받아가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 사업이 1년도 안 돼 무산된 이유가 무엇인지, 다른 대책은 있는지 추가로 알아보겠습니다.


Q. 저희가 이 시간에 박완수 경상남도지사가 특별연합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내용, 그리고 김두겸 울산시장도 현재로서는 특별연합이 실효성이 없다며 사실상 사업 중단 입장을 밝혔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긴 했는데요. 당시에는 공식적으로 파기 선언을 한 건 아니고 부산은 별다른 반대 입장이 없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결국 세 시도가 모두 이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결정했다는 건가요?

네. 지난 12일에 부울경 단체장 3명이 간담회를 열고 공동 입장문을 냈습니다. 기존에 특별연합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혔던 박완수 경남지사와 김두겸 울산시장 말고도 박형준 부산시장까지 참여한 건데요. 
이 자리에서 단체장들이 "부울경 특별연합은 실효성과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런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하기는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부울경 특별연합 추진 철회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문제가 있다는 실효성과 효율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는데요. 그동안 특별연합 의회의 구성이나 사무소 소재지 등을 놓고 세 시도가 줄다리기를 하는 등 영향력을 더 행사하려는 물밑 경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이전에 박완수 경남지사나 김두겸 울산시장이 이야기했던 문제들이 결국 파국으로 간 이유가 된 것 같습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연합체에 특별한 권한이 없어 실익이 없다.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줄 법적 근거가 없어서 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방식의 연합 사업을 추진하면 서부경남 지역이 소외된다는 이유를 들었고요. 김두겸 울산시장도 특히 울산 입장에서는 부산과 도시의 규모, 경쟁력 등에서 차이가 있다 보니 연합을 하면 오히려 부산에 인재나 자원을 빼앗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죠. 사실 부산은 어떤 식으로 하든 연합하는 형태에 반대한 적은 없지만, 세 지자체 중 두 곳이 그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상 특별연합이 의미가 없게 되었기 때문에 두 지자체의 입장을 받아들여서 결국 특별연합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Q. 청취자 분께서 "부울경 메가시티가 깨지면 부산 울산 지하철은 그대로 유지가 되냐"는 질문도 있고 이런 걱정 하시는 분 있으실 것 같아요.

네. 그런데 걱정하시는 '지하철'이라는 게 동해남부선 광역전철을 의미하시는 거라면요. 이건 이미 진행이 된 사업이기 때문에, 노선이 이미 개통된 거잖아요 이게 폐선이 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Q. 양산 서창 쪽으로 들어오는 철도들, 잠시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네.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사업인데, 그런 사업들은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뒤에서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Q. 부울경 특별연합으로 부울경이 합치게 되면 국가에서 어느 정도 권한도 주고 예산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고 해서 기대가 컸던 사업인데요. 만약에 파기가 되면 이런 지원도 흐지부지되는 거죠?

그렇죠. 그리고 그게 가장 문제일 것 같습니다. 특별연합이 해산이 되면 일단 권한이 다 백지화됩니다. 
이건 사전 설명이 조금 필요한 부분인데요. 부울경 특별연합 같은 지자체 간의 연합체를 특별지방자치단체라고 부르는데요.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업무에 대한 사항은 지방자치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특별연합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부울경 세 지자체가 각각, 혹은 셋이서 같이 연합해 하는 일만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고요. 상황에 따라서는 국가가 해야 하는 더 큰 사무나 각 시도가 해야 하는 작은 사무를 대신할 수도 있어요. 정확히는 그 사무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는 거죠. 그런데 특별연합이 백지화됐기 때문에 이 권한도 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부울경 특별연합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가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승인을 해 주면서 국가 사무 세 가지를 넘겨줬어요. 먼저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을 제출할 권한, 그리고 광역 급행버스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할 권한, 또 2개 이상 시도에 걸친 일반물류단지 지정에 관한 사무를 처리할 권한입니다. 다 이름만 들어봐도 지역의 교통이나 물류 같이 지역의 현안과 관련이 있죠.


Q. 교통이나 물류 관련 사무를 부울경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을 뻔했겠네요.

그렇습니다.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은 원래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정하는 건데, 특별연합이 만약 성립됐다면 부울경이 우리 지역의 필요에 따라서 ‘부울경 간 연계 교통체계를 이렇게 만들고 싶다’고 곧바로 제출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국토부 산하 대광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계획을 지자체의 입장에서 짤 수 있다는 건 분명히 혜택이 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이런 권한이 곧바로 사라지게 됐고요. 
또 광역급행버스 체계는 따로 승인을 받을 것도 없이 곧바로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어요. 지금도 울산에서 경남이나 부산을 오가는 교통 수요가 많은데,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하다 보니까 자차로 이동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잖아요. 그러면 각자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도로도 밀리잖아요. 이 교통량을 상당부분 대중교통으로 돌리면 지역 간 교류가 활성화되는 것도 있고 교통 정체가 해소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었겠죠. 그리고 일반물류단지 지정 사무 권한도 지역의 경제 발전이나 산업 발전을 위해서 중요한 권한일 수 있습니다. 특히 울산이나 부산은 거대한 항만을 끼고 있고요. 부울경 세 지역을 오가는 화물이 적지 않거든요. 세 지역에서 공동으로 화물을 운송하거나 보관하거나 하는 시설이 있다면 효율적으로 물류 업무를 처리해서 지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도 있겠죠.


Q. 하지만 세 개 시도가 부울경 메가시티는 폐지하겠다고 했으니 약속을 받았던 권한이나 예산은 다 반납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렇게 특별연합을 깨면서 제시된 대안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부울경 지사들이 경제 동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것이고요. 또 다른 하나는 아예 행정구역을 합치자는 제안입니다. 이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먼저 부울경 경제동맹부터 생각해볼게요. 부울경 지자체장들이 지난 12일에 특별연합은 파기하겠고 선언하면서 대신 추진한다는 동맹인데요. 공무원 3명씩 파견해 부울경 공동사업을 발굴하고,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과 예산 확보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관련법을 제정하고 사업과 예산을 책정한 특별연합과 달리, 경제동맹은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부울경 특별연합을 만들어놨던 것은, 지방자치법에 특별자치단체가 규정이 되어 있고, 그에 따라서 행정안전부의 승인까지 받은 공식적인 연합이기 때문에 사무도 처리할 수도 있고 일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권한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경제동맹은 법적 근거가 없는 임의기구에요. 그렇기 때문에 동맹이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모여서 잘 해보자고 이야기하고 논의는 해볼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사무를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는 거죠. 당연히 정부로부터 지원이나 협력을 받아내기도 어렵고요. 결국은 부울경이 각자 추진하는 사업들을 그냥 모아 놓은 형태로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나마 특별연합이 되면 조금 더 예산이나 이런 영역이 나아질 거란 이야기가 그래서 나왔던 거고요 이번에 박완수 경상남도지사가 부울경 특별연합을 안 하겠다고 하면서 국가가 예산 지원을 해 준다는 법적 근거는 없지 않느냐는 주장을 했는데요. 이 주장은 사실입니다. 지방자치법상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해서 운영할 수는 있는데,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지원을 해 줄 수 있다는 법적인 근거는 없어요. 현재 법에는 국가 또는 시·도의 사무를 위임받아서 특별연합이 대신 처리할 때 그 사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경비 정도만 지원을 받을 수 있지, 특별연합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언가 돈을 더 대줄 수 있는 근거는 없거든요. 그러니까 특별연합은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나왔던 거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부울경 특별연합이 출범을 할 때 그 자리에서 행정안전부장관을 포함해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약속을 했어요. 지역의 현안을 포함해서 아까 청취자분이 말씀하셨던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라거나 지역의 이런 숙원사업들이 포함된 70개 사업 정도를 지원해 주고, 예산 또한 35조 원 정도를 지원해 주겠다고 일단 구두상으로는 약속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임의기구인 부울경 경제동맹의 입장에서 정부에 '이런 사업을 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특별연합으로 승인을 받았고, 행정안전부장관이 포함된 자리에서 '이런 지원을 하겠다'고 언급까지 했던 것을 '지역에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훨씬 쉬운데, 경제동맹이 그게 되겠냐는 우려가 있는 거죠. 그 다음으로 행정통합을 대안으로 내놓는데, 일단 첫 번째 이유로 이거는 실효성이 굉장히 낮습니다. 왜냐하면 울산이 참여할 의사가 없거든요.


Q. 그렇지만 우선은 부산과 경남이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으니 이게 당장 울산이 소외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저희 <퇴근길 톡톡>에서도 울산시 쪽으로 섭외와 인터뷰 요청을 드렸거든요. 그런데 '더 이상은 밝힐 의견도 없고 계획도 없다'고 인터뷰를 고사하시더라고요. 그러면 부산과 경남 쪽으로 연락을 해보자. 행정구역 통합을 발표했으니 어느 정도 계획이라는 게 있을 거 아니냐, 그걸 들어봐야겠다고 했는데, 그런데 양 도시 모두 아직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네. 아마도 부산이나 경남이나 양쪽 모두 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행정통합은 굉장히 복잡한 절차거든요. 부울경 특별연합 같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하는 경우에는 지자체장 간에 합의를 하고요. 지방의회에서 의결을 해 주고, 행정안전부가 승인만 해 주면 끝납니다. 그런데 행정구역을 통합하는 건요. 지방의회만 의결을 준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지역 주민들이 전부 다 주민투표를 해서 절반 이상이 동의를 해 줘야 됩니다. 그 다음에 심지어 승인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해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국회의 의결로 받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차상 훨씬 어렵고요. 특히 경남 같은 경우에 마산, 창원, 진해를 통합했다가 이후에 후유증 때문에 굉장히 고통을 받았던 사례가 있어요. 이게 지역의 권한 이양 등에 대해 주민들에게 정확한 안내를 해주지 않고 정치권 위주로 통합이 진행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는 창원 위주로 통합이 됐고, 이름도 '통합창원시'가 되어 버리니까 마산이나 진해 쪽에서 불만도 많았고 갈등도 계속됐잖아요. 만약에 경남이 부산이 합친다고 했을 때, 경남에만 시군이 18개이고 부산에는 16개입니다. 이걸 다 없애고 하나로 합칠 것인지, 어떻게 쪼개고 붙일 거냐를 일일이 결정하는 것도 굉장히 복잡한 일이고요. 통합된 지자체의 이름이 '부산'이어야 할지 '경남'이어야 할지, 이도저도 아닌 새로운 이름이어야 할 것인가도 문제입니다. 거기다 통합 청사는 또 어디에 갈 것인지. 이런 요소 하나하나가 쉽지 않을 것이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간이 문제입니다. 경남과 부산이 이 모든 일을 2026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했어요. 그러면 실질적으로 남은 시간은 2022년이 다 끝났으니까 3년 정도밖에 안 됩니다. 지금부터 통합 업무에 돌입해서 이 일들을 전부 추진한다고 해도 약속한 기간 안에 다 마무리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경남이나 부산이 이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행정통합이라는 것도 선언만 했지 지금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없고, 결국 특별연합만 파기된 상태로 세 지자체가 각자도생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이 나옵니다.


Q. 지금 저희 청취자 분들이 많이 물어보시네요. 부울경 지자체 분들이 같은 정당 소속인지, 다른 소속인지요.

울산 김두겸 시장, 경남 박완수 지사, 부산 박형준 시장 모두 국민의힘 소속으로 같은 당입니다.


Q. 그런데 이렇게 의견이 이렇게까지 엇갈리나요?

그게 잘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죠. 특히 같은 정당 소속인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과 주요 사업으로 계속 추진한 게 부울경 특별연합이라는 점에서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부울경 특별연합에 대해서 행정적,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해 왔어요. 당선된 이후에도 주요 사업으로 이걸 추진을 했죠. 
그러니까 지금 상황은 대통령이 직접 약속을 하고 '너희 지역에 이걸 줄게'라고 제안을 했는데, 오히려 지자체에서 '싫어' 하고 거절한 모양새가 된 겁니다. 그래서 현재 대통령실에서도 지금의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우동기 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언급을 했어요. 대단히 조심스러운 이야기라고 전제를 두기는 했는데, 행정통합은 지역 발전을 위한 좋은 방법, 지름길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과제이다. 그리고 경제동맹체는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그건 결국 기존에 추진했던 부울경 메가시티, 그러니까 부울경 특별연합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해했거든요. 정부에서도 좀 당황스러워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Q. 그렇다고 정부 입장에서 '제발 다시 추진해 다오'라고 지역에 요청할 것 같지도 않은데요.

그렇죠. 그리고 정부가 굳이 그렇게 해줄만한 이유도 없는 게, 만약에 기존의 부울경 특별연합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했다고 하더라도, 35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해 줄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부울경에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약속한 예산을 부울경에게 실제로 주는 것만으로도 타 지자체로부터 '왜 부울경만 예산을 특별히 더 주느냐. 특별연합을 구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예산을 더 주는 것은 부당한 특혜 아니냐'는 반발을 받아야 하거든요. 어차피 정부는 그런 부담감 속에서 사업을 진행했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이런 상황인데 정작 혜택을 받게 될 부울경 당사자가 '특별연합이 싫다'고 선언해 버렸으니까, 정부 입장에서는 무리수를 둬 가면서 법적 근거도 없는 지원을 굳이 해줄 이유는 없겠죠. 그런데 부울경 특별연합을 추진하면서 부울경이 정부로부터 지원받겠다고 약속받은 사업들 중에 지역의 숙원사업들이 참 많았다는 게 우리 지역으로서는 큰 문제입니다. 어쨌거나 부울경 특별연합을 통해서 그걸 풀 수 있는 공식적인 방법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구두상으로는 약속을 받은 하나의 지름길 정도가 생길 뻔했는데, 그게 없어진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Q. 당초에 '부울경 메가시티'라는 용어가 나온 것이, 모든 것이 수도권에 너무 집중이 되다 보니까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우리가 힘을 모아 보자는 취지였잖아요. 그런데 이게 무산이 됐어요. 그렇다면 울산도, 김두겸 울산시장도 어떤 식으로든 지역 발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잖아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그게 참 문제입니다. 그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울산시도, 김두겸 울산시장도 아직까지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연합을 세 시도가 추진했던 이유는요. 그동안 세 시도가 각자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위해 각각 혼자서 노력을 해 봤지만 잘 안 됐기 때문에, 대안으로 추진했던 거잖아요. 각자도생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일극에 맞서서 각 지자체가 각자 혼자 무언가를 도모하기에는 인구나 경제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에 상대가 안 된다는 거죠. 그래서 특별연합을 추진하던 당시의 문제의식은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극이 있으면, 거기에 대항할 만한 또 다른 극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거대한 광역 경제권을 수도권 정도로 크게 만들어 놔야, 그 자체의 규모만으로 운영될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울산과 부산, 경남 지자체장들은 이걸 다 엎어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거에요. 결국 다시 각자도생하던 옛날로 돌아가자는 걸로밖에는 설명이 안 됩니다. 울산 입장부터 생각을 해 볼게요. 부울경 특별연합의 경우 세 지자체의 인구를 합치면 800만 명이 조금 안 됩니다. 수도권에 비해서는 굉장히 적은 수치에요. 하지만 울산 혼자는 110만 명밖에 되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800만 명을 상대로 시도해볼 수 있는 사업과, 110만 명 규모를 상대로 해볼 수 있는 사업의 규모나 추진 역량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단 말이죠. 현재 울산시가 이에 대한 대안을 갖고 있는지, 뭔가 추진하는 게 있긴 한지는 우리가 알 수 없어요. 부울경 특별연합을 깨면서까지 하고 싶은 그 사업, 울산만의 대책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결국 울산 시민들 입장에서는 '울산이 살아남을 그 대책이 대체 뭐야' 하고 답답해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Q. 이제 '부울경 메가시티'는 떠나간 배일까요?

지금으로서는 그렇습니다. 만약에 극적으로 입장이 바뀌거나 합의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예측하기 어렵겠죠. 
아직 부울경 특별연합은 완전히 해산되지는 않았어요. 해체하는 데도 처음 만드는 것과 같은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고 방향만 반대가 됩니다. 먼저 지자체장들이 이 사업 안 하겠다. 해산하자고 합의는 했죠. 다음 단계는 부울경 각 지방의 의회에서 해산에 대해서 의결을 해 줘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행정안전부가 해산해도 좋다고 승인을 해야 끝이 나는 거에요. 지금 지자체장들이 파기 선언을 해서 사실상 의미는 없어지게 됐지만 공식적으로 아직 특별지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에요. 절차만 남아 있는 거죠. 그래서 세 시도가 그 사이에 극적으로 의견을 바꿀 만한 상황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직접적인 돌파구가 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Q. 그래서 이 시간에 저희가 이 문제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썼던 게, 어쨌든 울산에서는 실익이 없다, ‘잠정 보류’한다고 발표를 했잖아요. 그게 ‘완전히 파기한다’는 용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게 정치적인 용어로 해석을 해 보자면 나중에 ‘나는 해산하겠다고 말한 적 없다’고 나중에라도 나올 수가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아마 앞으로는 그런 말은 못 할 것 같습니다. 왜냐면 지자체장 세 명이 지난 12일에 간담회에서 분명히 '특별연합은 안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을 했기 때문이죠. 이날을 기점으로 해서 그동안 내놓았던 ‘잠정 중단’이라거나 ‘좀더 논의해 보겠다’는 조심스러웠던 표현들은 이제 의미가 없게 된 것 같고요. 
만약에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시 특별연합을 추진할 만한 동력이 생기려면 세 시도가 갑자기 연합을 할 만한 어떤 이유가 생겨야 될 텐데, 세 시도가 그런 걸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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