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앞으로 다가온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과열*혼탁하다는 소식 연일 전해드리고 있죠.
이렇듯 '돈 선거'가 여전한 건 결국 조합장이 되고 나면 그에 따른 막강한 권한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농협의 비상임 조합장의 경우 연임 제한이 없다 보니 견제할 장치도 사실상 없다는 지적입니다.
서창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노란색 상자를 꺼내 검은색 차량의 뒷좌석에 싣습니다.
운전자에게 고개를 숙이고 손도 흔듭니다.
한 달 뒤, 이 남성은 같은 장소에서 트럭에 초록색 상자 3개를 넣습니다.
경남의 한 현직 농협 조합장이 영농센터에서 조합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건네고 있는 장면이 찍힌 겁니다.
[해당 농협 조합원]
"저도 창고(영농센터)에 갔을 때 주는 걸 몇 번 봤고, 냄비라든지 반찬통이라든지.."
경찰은 조합장이 기부행위를 한 걸로 보고 최근 이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영상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농협 조합장은 '비상임'입니다.
농협법에 따라 조합이 자산규모가 2천5백억 원이 넘으면 비상임조합장은 대표권과 직원 임면권을 갖고, 경제*신용사업은 상임이사가 맡습니다.
조합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나누고 경영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이지웅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
"'나는 비상임이다'라고 하면서 책임을 안 질 수 있는, 교묘하게 이용하면 그래서 손쉽게
권한을 누릴 건 다 누리면서..현직 프리미엄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문제는 이 비상임 조합장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기 쉽지 않단 점입니다.
[하승수 /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농협중앙회가 조합에 대한 감사권을 가지고 있지만 중앙회 자체도 지금 투명성이 떨어지고 (조합장이) 인사권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 내에 있는 다른 이사들이나 대의원이 견제하긴 어렵다고 봐야될 것 같고.."
[기자]
"이렇게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건 수협, 새마을금고 등의 비상임 조합장과 달리 연임 제한이 없기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서울에는 10선, 경남엔 5선 조합장도 있는데, 장기 집권을 하게 되면 권력이 집중되고 조합이 사유화될 수 있단 겁니다.
이 때문에 채용 비리와 특혜성 대출 등 각종 폐해가 비상임 조합장 체제에서 비롯된 게 많다면서,
연임을 '3선'으로 제한하자는 농협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해당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습니다.
[조재욱 /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합장은 지역 토호 세력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요. 국회에서 연임제 제한 같은 법안을 발의하더라도 농어촌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은 여기에 동참하기가 쉽지 않다.."
비상임 조합장을 두고 있는 농협은 경남에서만 137곳 가운데 45%인 62곳.
전문가들은 연임 제한뿐 아니라 현행법을 개정해 농협 중앙회와 단위 농협의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MBC뉴스 서창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