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2년 9월 21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몇 년 전부터 울산과 부산, 경남을 하나의 광역 행정단위로 묶자는 이른바 '메가시티'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돼 왔습니다. 세 지자체가 연합해서 수도권에 대항할 만한 경제 규모를 갖추고 공동 발전을 해보자는 개념이었는데요. 그런데 얼마 전 경남에서 부울경 연합이 의미가 없다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세 당사자 중 한 측이 메가시티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운 거라 사업 자체가 흔들릴 상황에 놓였는데요. 어떻게 된 건지 오늘 이 시간에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Q. 먼저 부울경 메가시티, 혹은 부울경 특별연합이라고도 불리죠. 이게 어떤 개념인지부터 간략하게 알아볼까요?
부울경 특별연합에 대한 문제의식은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 현상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인구와 부가 집중되면서 수도권은 과밀화돼서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있고, 지역은 반대로 인구와 발전 동력이 유출돼 소멸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죠.
그동안 지역에기업이나 연구소 유치, 지원금 제공 등 다양한 정책 각자 추진해 봤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역 정체 위기를 푸는 새로운 방법으로 제안된 게 지자체 간의 특별연합입니다. 특별연합으로 지자체끼리 연합하면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규모의 거대한 통합 경제권을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수도권에 몰린 자원을 되찾아 오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수도권 수준의 인구와 경제 구모가 있다면 기업 등의 투자처, 인재가 찾아올 동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 아니냐는 기대인 거죠.
보통 부울경 특별연합이 그동안 ‘메가시티’라는 이름으로 익숙해져 있는데요. '메가시티'는 일반적으로 이런 의미입니다. 행정적으로는 구분돼 있으나 생활, 경제 등이 기능적으로 연결돼 있는 거대 도시권. 즉 일일 생활이 가능해 행정구역은 달라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여 있는 도시권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거대하다’의 기준이 무엇인지가 또 궁금해지는데요. UN이 내놓은 기준으로는 인구가 1천만 명 이상일 경우 메가시티라고 부릅니다. 사실 특별연합을 추진하는 부산과 울산, 경남은 인구를 전부 합쳐도 774만 5천 명대에 불과해요. 따라서 메가시티라고 부르기에는 사전적인 정의로는 맞지 않습니다. 다만 향후 지역 간 연합을 통해 발전한다면 그 정도 규모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이거나 희망적인 전망도 포함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Q. 그런데 최근에 경상남도에서 특별연합 사업을 사실상 파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죠?
네. 경상남도는 민선 8기 출범하면서 곧장 정책과제로 부울경 특별연합의 실효성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습니다. 이미 설립된 특별연합의 실효성을 다시 검토한다는 게 미묘한데요. 이건 민선 8기 경남도지사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박완수 지사가 특별연합 추진에 계속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그리고 지난 19일에 이 용역 결과 발표했는데 역시 특별연합은 비용만 낭비하고 실제로 얻는 이익은 별로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요. 박완수 지사 본인도 이 결과를 수긍하면서 특별연합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사실상 특별연합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Q. 그동안 경상남도가 부울경 특별연합 사업을 주도하다시피 했는데, 왜 효과가 없다고 입장이 바뀐 걸까요?
현행 법령에는 특별연합을 설치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만 규정돼 있고, 광역 업무처리에 대한 독자적인 권한과 국가 지원 전략이 없습니다. 특히 재원이 문제인데요. 특별연합에 국가가 돈을 댈 법적인 근거가 현재로서는 없어요. 그래서 아무리 특별연합을 꾸려서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 싶어도 국가로부터 예산을 받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건 부울경 특별연합이 출범할 때부터 나왔던 문제이고, 향후에 법적인 보완을 해 나가기로 했던 문제기도 해요.
그 외에 또 문제로 지적한 건 특별연합단체장과 의회 의원의 의사 결정에 대한 대표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특별연합은 각 지역의 단체장과 의회와는 별도로 특별연합만의 단체장과 의회를 구성하는데, 이건 주민들의 투표로 뽑는 게 아니거든요. 이럴 경우 특별연합이 내놓는 결정에 대해 책임을 어떻게 물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이미 특별연합을 만들 때부터 제도 개선 등을 통해 해결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새롭다고 보기는 어렵고, 경남 입장에서의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이는데요. 핵심은 ‘지금 상황에서 부울경이 합치면 부산만 좋아질 거다’는 겁니다. 현재 경남의 경제적 조건이나 교육, 관광 같은 도시 여건을 볼 때 세 시도가 합치면 결국 경남의 인재와 자원이 부산으로 유출될 거라는 거죠.
경남의 또 다른 불만은 부울경 통합 발전계획을 세우면서 경남, 정확히는 서부경남에 대한 고려가 특히 부족했다는 겁니다. 부울경 전반을 아우르는 균형발전에 대한 근거와 의지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는데, 서부경남 지역은 지금도 개발 동력이나 인구 유입 대책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그런데 특별연합에서조차 서부경남을 제외하고 부산과 울산 위주로, 경남은 김해나 양산 같은 부산 울산에 근접한 지역만 발전 계획에 포함시켰다. 이게 균형발전이 맞느냐는 논리입니다. 그러면서 특별연합 방식으로는 경남 입장에서는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고, 차라리 행정구역 전체를 통합하자는 훨씬 더 나간 발언도 나왔습니다.
Q. 경남이 사실상 파기를 선언한 거나 마찬가진데, 울산의 입장도 미묘하다면서요?
네. 민선 8기에 당선된 국민의힘 김두겸 시장도 시장 선거 때부터 비슷한 입장이었습니다. 김두겸 시장은 선거 후보 시절부터 부울경 특별연합은 졸속으로 추진됐다.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울산 중심의 개발이나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죠. 그리고 당선되자마자 경남의 박완수 지사와 마찬가지로 부울경 특별연합 실익 분석과 수혜 확대 방안이라는 용역을 냈고, 용역 결과에서는 역시 부울경 특별연합 논의는 잠정 중단하겠다. 지금 상태로는 울산이 발전하기보다는 부산에 인재와 자원을 빼앗긴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울산이 주도할 수 있는 포항이나 경주와 연계하는 방안이 더 낫다고도 말했고요.
Q. 그러면 특별연합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직 경남이 공식적으로 연합 탈퇴를 선언하지는 않았고요. 울산도 논의를 잠정 중단했다고 했을 뿐 완전히 판을 깬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자체장이 이렇게 나오는데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죠. 사실상 특별연합 준비하던 사무는 중단되었고 분위기만 지켜보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가 문제인데요. 특별연합은 참여하는 시도들이 협의해서 참여하는 거고요. 불참으로 입장 바뀐다고 해서 그러지 말라고 강제할 수도 없습니다. 만약 경남이나 울산이 최종적으로 그만두겠다고 하면 그냥 연합이 깨지는 거에요.
문제는 특별연합 출범과 운영을 전제로 국가가 지원하기로 했던 사업과 예산 문제입니다. 그동안 특별연합을 추진하면서 부울경이 세운 발전계획이 70개나 되고 필요한 예산이 35조 원이 넘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부산신항과 김해 연결 고속도로 등 지역의 기반시설 조성과 물류 기반 구축 같은 지역의 숙원 사업들도 포함되어 있는 데다, 전 정부에서지만 특별연합이 구축되면 국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을 받기도 했거든요. 특별연합이 깨지면 이것도 불가능해질 겁니다.
Q. 지금 청취자 한 분께서 부울경 특별연합 지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업 아니냐고 물어보셨는데요.
맞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 발전 100대 과제 중에 부울경 특별연합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선거 후보 시절 지역에 와서도 여러 번 이걸 약속했거든요. 그런데 같은 국민의힘 소속 경상남도지사나 울산시장이 오히려 특별연합을 하기 싫다고 해 버린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Q. 그러면 이같은 결정에 반발하는 곳도 적지 않겠어요.
네. 그리고 이같은 논란의 배경에는 부울경 특별연합 사업이 민선 7기 시절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초창기 구상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했고 이후 울산 송철호 시장, 부산 오거돈 시장 등이 합류해서 추진을 시작한 건데, 이 단체장들이 전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죠. 중간에 부산시장이 바뀌고 경남지사가 낙마했지만 사업 자체는 그대로 갔고요. 문재인 대통령 시절 특별연합이 승인되며 정부가 지원 약속도 한 겁니다.
그런데 민선 8기에 울산과 경남에 국민의힘 정당 소속 지자체장 당선되면서 이 방안에 문제 제기하기 시작한 거죠. 그러다 보니 다소 정치적인 논란의 성격도 담고 있음. 지역 균형발전을 포기하겠다는 거냐는 비난도 있고요. 또 특별연합으로 수혜를 받을 걸로 예상됐던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소속인 정치인들조차 지역 발전 위해 특별연합은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하는 등 다소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은 메가시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요. 부산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적극 협의할 생각이며, 행정통합이 가능하다면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부산은 어떤 식으로 세 시도가 힘을 합치든 이 논의에서 손해보지 않을 거란 자신이 있기 때문이겠죠.
Q. 하나만 더 짚어 볼게요. 앞에서 박완수 경상남도지사가 특별연합은 비용만 낭비하고 실익이 없다. 차라리 행정구역을 하나로 합치자고 제안했는데, 행정구역을 합치는 건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그건 특별연합보다 더 어려운 과제입니다. 광역연합은 2개 이상 시도가 각각 단체장, 의회를 유지하면서 공동사무 담당 별도 조직 만들어 운영하는 거고요. 행정통합은 2개 이상 지자체가 하나로 통합해서 단체장도 하나, 지방의회도 하나가 되는 겁니다.
Q. 그러면 정치인들 자리가 달린 문제인데 더욱 쉽지 않겠어요.
네. 그리고 법적으로도 그렇습니다. 광역연합은 참여하는 지방의회가 동의하고 정부가 승인만 해주면 설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행정통합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고요. 해당되는 주민들의 전체 투표도 거쳐야 합니다.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고 보여지는데요. 왜냐하면 국내에 2개 이상 광역지자체가 모든 행정을 통합해 하나의 자치단체를 만든 전례가 없고요. 원래 부울경에서도 20년 이상 행정통합 논의가 진행해 봤지만 진전이 없어서, 일종의 대안으로 더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인 특별연합이 추진된 것입니다. 그러니 행정통합은 가능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이나 지자체 관계자들이나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