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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경남

[경남] "덤으로 사는 인생" 82세 참전용사 기부

[앵커]
요즘 물가부터 난방비까지, 정말 안 오르는 게 없는 현실에서 남을 돕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80대 참전용사가 어려운 보훈가족에게 꾸준히 베풀고 있는데요.

남을 위한 기부가 자신의 행복으로 돌아왔다는 이 참전용사를 서창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966년 4월, 해병대 소위로 임관한 지 1년여 만에 월남전에 참전한 김상길 씨.

걱정하실 부모님 생각에 말 한마디 못 전한 채 묵묵히 짐을 쌌습니다.

[김상길 /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
"스스름없이 월남전에 뛰어들었어요. (국가를 생각하는 건) 당연히 밑바탕에 깔렸죠."

김 씨가 총을 들고 향한 곳은 미 해병 1사단의 전략지역인 베트남 추라이.

사방이 적인 이곳에서 적진을 점령하기 위해 정찰을 하는 게 김 씨의 첫 임무였습니다.

그러다 매복 중이던 적에게 발견됐고 적이 쏜 총알에 어깨를 다쳤습니다.

[김상길 /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
"'아, 나는 살았구나' 그런데 얘들이 '소대장님 움직이지 마십시오. 계속 총알이 날아갑니다' 그 소리를 들었어요."

총상 부위는 심장과 불과 10센티미터 떨어진 지점,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던 김 씨의 삶은 이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인생은 덤"이란 생각에 자신보다 더 어려운 군인 가족을 돕기로 한 겁니다.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전역한 김 씨는 사업을 할 땐 이들을 위해 자신의 사업장 식당을 열어 밥을 줬고,

전투 등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들이 마음 편히 치료받도록 병원도 차렸습니다.

[김상길 /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
"(전쟁에서 다친 군인들은) 가정도 그냥 피폐해지고 나중에 나이가 드니까 전부 뒷방 늙은이가 돼서 괄시를 엄청 받았어요. 그걸 못 보겠더라고요."

지난 2018년부터는 매년 천만 원 이상 기부했고, 최근에는 형편이 어려운 보훈가족의 난방비에 보태쓰라고 2백만 원을 냈습니다.

이제 여든의 나이를 넘긴 김상길 씨.

남은 삶의 빈 공간도 남을 도우면서 느끼는 행복으로 채워나갈 거라고 합니다.

[김상길 /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
"지금도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서..나누고 이렇게 사니까 기분이 좋아요. 항상.."

MBC뉴스 서창우입니다.

유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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