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3년 2월 1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동구 지역에 공공체육시설이 확충된다는 소식이 최근 뉴스로 보도가 됐습니다. 동구청에서 영업을 중단한 동부회관과 서부회관을 매입해 새로운 시설을 조성한다는데요. 동구 지역 주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긴 한데, 동구 지역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이런 시설이 잘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들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소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Q. 아주 근본적인 질문인데요. 동구 지역에 공공의 예산으로 체육시설을 만드는 게 왜 필요한지부터 정리해 볼까요?
지역 주민들이 그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집만으로 충분한 게 아니죠. 상업시설도 필요하고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와 체육시설도 주민들의 삶과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민간 영역에서 체육이나 문화시설을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긴 하지만, 이런 곳들은 아무래도 가격이 비싸다 보니까 접근성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들도 많죠. 그래서 보편적인 문화와 체육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공공이 나설 필요가 있는 겁니다.
사실 공공체육시설은 어디든 그다지 넉넉하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그런데 다른 지역에 비해 동구가 공공체육시설이 거의 없다시피 한게 문제입니다. 이번에 이 취재를 하면서 울산 전역에 있는 공공 체육시설들의 분포를 확인해 봤는데요.
중구는 울산시에서 운영하는 동천다목적구장이 있고요. 동천국민쳉규센터에서 수영이나 스쿼시 등의 강좌를 진행합니다. 이외에도 태화강변에 있는 십리대밭축구장이나 성안동의 구민운동장 등 체육 시설이 많아요. 특히 중구는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이 입주를 하면서 한국석유공사에서 테니스장과 수영장을 건립해 주민에 개방하고 있죠.
남구는 울산시에서 운영하는 문수체육관이 있죠. 꽤 최근에 문을 열었는데 볼링장과 헬스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인기가 좋은 곳입니다. 또 문수체육관에는 궁도장과 대형 수영장도 있죠. 이외에도 남구국민체육센터도 있고, 야구장도 마련돼 있고요. 인공암벽센터 같은 시설도 조성이 돼 있습니다.
북구의 경우 오토밸리복지센터와 북구국민체육센터가 있고요. 야외에서 풋살이나 축구, 배구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울주군은 체육시설을 불필요하게 너무 많이 지었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올 정도로 시설이 적지 않습니다. 운동을 배울 수 있는 체육관도 여러 곳에서 운영되고 있고요. 특히 주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야외 공원이나 운동장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동구는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전국 각지에 지어주는 국민체육센터가 사실상 전부입니다. 전하동에 체육센터가 있습니다만 규모가 작고요. 동구의 면적이나 인구 수에 비해 운동을 배울 수 있는 시설 자체가 너무 없는 상황입니다.
Q. 그런데 동구의 경우에 주민들이 많이 이용해 왔던 체육시설이 현대중공업에서 운영하던 동부회관과 서부회관이었다면서요? 그런데 이 시설들이 문을 닫았죠?
네. 동구는 아무래도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또 관련 협력업체 직원들이 많이 사는 곳이죠. 그래서 현대중공업에서 1990년대에 동부동과 서부동 지역에 체육시설을 조성해서 주민 복지 차원에서 운영을 했죠. 이 시설들이 헬스장이나 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고 동부회관의 경우에는 목욕탕까지 있어서 주민들이 정말 많이 이용하셨어요.
그런데 지난 2015년 이후로 조선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현대중공업이 동부회관과 서부회관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본업에서 계속 적자가 나고 직원들도 퇴직시킬 정도였다 보니 체육 시설을 추가로 운영하는 것조차도 부담으로 느껴졌겠죠. 그래서 서부회관은 2016년에 운영을 중단했고, 동부회관은 2017년 다른 사업자에게 매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설들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 옆에 있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이용하기 좋은 시설이었는데, 이 시설들이 운영을 중단하게 되면서 주민들이 체육시설로 갈 만한 곳이 없다며 호소를 하기 시작했어요.
또 당시 서부회관의 경우에는 아예 문을 닫았지만 동부회관은 다른 사업자에게 매각이 되어서 그나마 운영을 하나 싶었는데, 이 사업자도 경영난을 겪다가 동부회관 운영을 2019년에 중단해 버립니다.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동구에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체육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던 거죠.
Q. 주민들 입장에서 참 답답한 상황이었을 텐데, 최근 동구에서 동부회관과 서부회관을 공공체육시설로 전환하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네. 민선 8기 동구가 공을 들였던 사업 중 하나가 공공체육시설의 확충이고 특히 이용률이 높았던 동부회관과 서부회관의 운영을 정상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씀드렸던 것처럼 대기업인 현대중공업도 운영을 어려워하고, 다른 사업자에게 넘어갔던 동부회관도 중간에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잖아요.
앞에서 공공체육시설의 특징 중 하나가 공공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복지 차원에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데, 동부회관과 서부회관의 경우에는 사기업이 사실상 공공 체육시설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특징이자, 문제점이 있었던 겁니다.
현대중공업 정도의 대기업도 경영이 어려워지니까 바로 손을 뗄 정도로 공공체육시설은 수익을 내기에는 어려운 시설이거든요. 동부회관도 다른 사업자가 넘겨받아 운영을 해봤지만 적자를 극복하지 못했던 것이고요.
그래서 이런 건 애초에 공공에서 할 일이었으니까, 구청에서 직접 나서서 체육시설을 확충해야겠다는 문제 의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그러면 동부회관과 서부회관이 모두 공공체육시설로 전환하는 게 확정된 건가요?
네. 이미 건물 매입이 마무리됐습니다.
서부회관의 경우에는 2016년에 현대중공업이 현대백화점에 시설을 매각한 상태였는데, 최근에 동구가 서부회관을 15억 원에 매입했어요.
동부회관은 지역 새마을금고가 매입해서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19억 원에 매입을 합니다.
그리고 이제 동구 소유가 되었으니 체육시설을 새롭게 마련해야겠죠. 이 작업을 시작할 예정인데 서부회관의 경우 매입비를 포함해 37억 원이 들어가고요. 아마 9월에 문을 열 것 같습니다.
동부회관은 사업비가 좀 더 들어요. 전체 공간을 새롭게 리모델링할 예정이라서 매입비 말고도 40억 원 정도가 더 필요하고요. 실제 개방하는 건 내년으로 예상됩니다.
Q. 그러면 지금 시설 매입비를 포함해서 거의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가는 건데요. 동구 한 곳에서 쓰기에는 적지 않은 곳인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요?
동구는 다음달 중 주민간담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 맞춤형 체육시설을 조성할 방침
어느 장소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지는 주민 의견을 받아서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Q. 그런데 이 정도 규모의 체육시설을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운영하려면 운영비도 적지 않을텐데, 동구에서 이런 비용을 감당하는 게 괜찮을까요?
네. 사실 체육시설은 지을 때 비용도 많이 들지만 운영하면서 비용이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이 있거든요. 인건비나 시설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죠. 그리고 공공이 운영하기 때문에 민간 체육시설처럼 수익을 내겠다고 요금을 높게 받을 수도 없는 게 더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는 이미 울산지역 다른 시설에서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한국석유공사가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했던 중구수영장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원래 석유공사는 처음부터 지역에 수영장 시설을 만들어서 개방하는 것 자체를 꺼렸어요.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게 뻔한데 만들 수 없다는 이유였거든요. 이후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이 공공기관의 사회 공헌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요구가 워낙 거세서 결국 만들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석유공사가 수영장을 완성할 무렵에 국제유가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석유공사 스스로 재정 상황이 굉장히 나빠졌어요. 사옥을 팔아넘기고 세를 들어 살 정도로 경영이 어려워졌거든요.
그러다 보니 수영장을 만들기는 했지만 개방하는 순간부터 적자가 나는 걸 볼 수가 없어서 수영장을 2년 동안 아예 닫아놓고 개방 자체를 안 했습니다.
석유공사가 계산을 해 봤을 때 한 달 이용료를 5만 5천 원을 받고 회원이 1천 명이 와도 적자가 매년 10억 원씩 나는 걸로 계산이 됐거든요.
그래서 기껏 수영장을 만들어놓고도 재정 문제로 열지를 못하다가 중구청이 운영권을 넘겨받고 비용 부담을 일부 하기로 하면서 그나마 개방을 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중구도 딱히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에요. 당시 중구에서는 이용료를 좀 올리고 이용객을 더 받아서라도 적자를 절반 규모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적자를 안 내는 계획은 아니었고요. 실제로는 이 계획도 제대로 진행이 안 돼서 10억 원씩 적자가 발생해 지자체로서는 큰 부담이 되고 있어요.
정부 산하 공공기관도 수영장 하나를 공공시설로 운영하기가 이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런데 동구의 경우에는 아예 구청 혼자서 동부회관과 서부회관 운영을 전부 감당해야 하거든요.
물론 공공 복지 차원에서 체육시설을 구청이 운영하는 것 자체는 권장할 일입니다만, 운영이 지속 가능하게, 재정 부담이 너무 심각하지는 않는 수준으로 운영의 묘를 잘 살려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