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세사기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전세사기 사건의 핵심에는 공인중개사들이 가담한 경우가 많은데요.
자격증도 없으면서 불법 중개행위를 하는 사례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한 현직 공인중개사를 만나 이런 무자격 중개 행위의 실태를 전해들었습니다.
조민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오피스텔 110채에 전세를 놓고 잠적했던 30대 남성.
보증금 161억 상당을 떼먹은 혐의로 열흘 전 구속됐습니다.
세입자들은, 당시 계약을 진행했던 사람이 당연히 공인중개사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자격증 없는 중개보조원.
공인중개사가 아니었습니다.
[피해자 민 씨]
"공인중개사가 안 나왔고, 근데 그분(보조원)이 저는 공인중개사인 줄 알았고."
보도 이후 부산진구청의 특별 단속 결과 부동산 4곳이 이런 무자격 중개행위로 적발돼 경찰에 고발됐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만난 10년 차 공인중개사는 이런 불법 행위가 현장에 만연해 있다고 증언합니다.
인터넷 카페나 지인 등을 통해 자격증을 빌린 뒤, 중개보조원들끼리 '돌려쓰기'를 한다는 겁니다.
[현직 공인중개사]
"무자격자 한 명이 공인중개사 한 명을 수배해서 자격증을 빌려와요. 그러면 그 자격증 도장 하나를 가지고 다 같이 일하는 중개보조원들이 계약을 하는 거죠. (대여값은) 평균 50만 원 정도인 것 같아요. <매달?> 네."
무자격 중개보조원들은 자격증을 사용하는 대가로 매달 40여만 원씩 '지입금'을 내는데,
"위험매물일수록 높은 수수료를 따내기 위해 일단 중개하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직 공인중개사]
"일단 (매물이) 위험한 지 몰라서... (알아도) 그냥 보수만 바라고 일을 하는 게 제일 크죠. 그냥 하는 거죠, 1~2백 벌려고."
이렇다보니 피해자들은 근저당 설정이 얼마나 돼 있는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한 채, 계약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이런 불법 행위에 대한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어 책임을 묻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종엽 변호사/법무법인 '상지' 변호사]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시점이 너무 이전이기 때문에 일단 기억이 흐려질 수 있고, 녹취록이라든지 증거자료들이 없기 때문에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최근 2년간 이런 무자격자 중개행위로 경찰에 고발된 건수는 부산에서만 53건.
전문가들은 무자격자들의 불법 중개행위 규제 방안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MBC뉴스 조민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