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2년 12월 7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이 시간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 중에 동해선 전철 이용하러 가고 있으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동해선 광역전철이 이제 개통한지 1년이 다 되었습니다. 울산에서는 버스 이외에는 처음으로 생긴 광역 대중교통이라 기대가 컸는데, 지역의 부족한 교통 여건을 개선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어 왔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Q. 먼저 이용 실적부터 알아보죠. 종점인 태화강역은 이용하는 분들이 제법 많은데, 울산지역에 설치된 다른 역들은 어떨지 궁금한데요.
지난해 12월 28일 광역전철 개통 이후 10개월간 태화강역 이용객은 110만 명인데, 태화강역에서 전철을 탄 승객들만 집계한 숫자입니다. 이 숫자에는 울산에서 부산으로 가는 이용객과 울산에 왔다가 부산으로 되돌아가는 경우 모두 포함된건데, 어느 쪽이 더 많은지까지는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용객 자체는 매우 많은 편이어서, 동해선 전체 역이 부산 포함해 23개인데 110만 명이면 이 중 4번째로 승객 많은 편이라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울산지역에 있는 나머지 전철역은 이용 실적 저조합니다. 태화강역 다음으로 남창역 승객이 많지만 이용 인원은 30만 명 수준이고, 이 또한 남창시장 5일장이 열릴 때 이용객이 집중되는 특성을 보였고 일상적인 이용객을 많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광역전철 개통으로 인한 관광 활성화 기대했던 곳 중 하나가 간절곶을 끼고 있는 서생역인데 이곳을 이용했던 분들이 10개월 동안 12만 명 수준으로 많은 수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외에 망양역이나 개운포역은 하루 이용객이 200명도 안 되어서, 하루 운행 편수를 생각해 봤을 때 타고 내리는 사람이 한 번에 10명대에 불과합니다.
Q. 태화강역과 나머지 역 사이에 격차가 굉장히 크게 나는데, 이유가 뭘까요?
태화강역은 종점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동해남부선 이용객의 상당수가 울산과 부산 통근과 등하교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이용객들의 특성상 울산 도심지에서 일하거나 거주하다가 전철을 이용합니다. 울산 도심지에서 태화강역 접근성이 좋습니다. 울산지역 시내버스 중 많은 노선이 태화강역을 지나가기 때문인데요. 나머지 역의 경우에도 접근성이 얼마나 좋은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집니다. 남창역은 5일장이라는 특성과 남울주 지역 중 인구가 가장 밀집해 있는 곳이라는 특성이 작용합니다.
서생역과 나머지 역들은 왜 안되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서생역은 간절곶 등 관광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정작 서생역에서 내렸을 때 간절곶을 가려고 하면 버스 노선이 굉장히 제한적이고 버스도 1시간에 한번 올까 말까 하는 상황으로 연계교통망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망양역의 경우 버스가 아예 역 앞으로 못 오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고 버스 자체도 많지 않습니다. 개운포역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전철이 제 역할 하려면 연계 교통수단 확보해서 접근성 높여합니다.
Q. 그러니까 버스 같은 다른 대중교통으로 전철역에 접근하기 좋아야 이용객이 늘어날 수 있다는 건데요. 단순히 접근하기 편하기만 한 게 아니라, 환승 할인도 해줘야 한다는 요구도 많지 않습니까?
동해선 광역전철 개통하던 지난해부터 이미 나왔던 요구사항입니다. 환승할인은 두 가지 이상의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즉 환승을 하면 운임을 할인해 주는 것인데, 도시 안이나 도시권 안에서 버스-도시철도를 환승할 때도 적용이 됩니다. 원래 대중교통을 수단을 바꿔 가며 환승하는 건 많이 걸어야 한다거나 대기 시간이 늘어나는 등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입니다. 이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 안 하려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짐을 들고 있어서 이동 자체가 불편하거나 하는 등 이런 이유로 대중교통 기피하는 사람들을 대중교통으로 유도하는 수단이 환승 할인제도 입니다. 돈을 덜 내게 해 줘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는 겁니다. 울산의 경우 버스를 타고 동해선 광역전철역까지 간 다음에 광역전철 이용하거나, 반대의 경우도 해당됩니다. 환승할인 적용할 때와 안 할 때의 비용 차이가 매우 큰데요. 울산의 이용 상황 가정해 보면 시내버스를 이용해 태화강역까지 가려면 교통카드로 1250원. 여기서 전철로 갈아타고 부산 종착역인 부전까지 가면 2500원, 총 3750원. 부산의 경우 부산에서 버스 타고 전철역 가면 교통카드로 1200원, 여기서 전철 이용하면 환승요금 100원만 더 내고 1300원에 울산으로 올 수 있습니다. 같은 전철을 이용하는데 울산에서 이용할 때 돈이 두 배 이상 드는 상황이죠. 태화강역 외의 나머지 역이 유난히 이용 저조한 이유 중 하나로 환승할인 안 되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Q. 같은 동해선 광역전철을 이용하는데 왜 부산에서는 할인이 되고 울산에서는 안 되는 건가요?
동해선 광역전철은 원래 부전역에서 일광역까지 운행됐고, 지난해 2단계 계통으로 울산 지역까지 확장됐습니다. 코레일이 이번에 개통한 동해선 구간에 적자가 예상된다며 지자체에 환승 운임 부담을 요구했는데요. 부산시와는 환승 운임 협의를 마쳤습니다. 부전역에서 일광역까지 발생하는 환승 운임은 코레일과 부산시가 절반씩 부담하고, 2단계 개통한 월내와 좌천역은 부산시가 전액 부담하고 있습니다. 기존 역의 경우 이용객 수가 충분히 확보된다는 점을 들어 코레일도 비용 부담하도록 하고, 새로 개통한 역은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가 부담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부산 구역에서는 어떤 역을 이용하든 환승할인이 되고 있습니다. 울산의 경우 코레일에서는 전액 지자체가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중이고, 울산시는 부산처럼 코레일도 운임 부담을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1년째 풀리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Q. 1년 동안 아무 논의도 없었던 건가요?
울산시는 울산 구간의 환승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자며 한국철도공사에 제안했는데, 코레일은 동해선 2단계인 일광역에서 월내역 구간의 경우 부산시에서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며, 같은 2단계인 울산 구간도 울산시에서 100% 환승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코레일이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에는 환승 시스템 구축에만 약 10억 원이 들고, 거기에 매년 최소 27억 원 정도의 환승 비용이 계속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울산에서 이용하는 사람이 아주 많아서 이 정도 고정비용을 들여도 괜찮다고 판단하기에는 이용객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인데요. 울산은 거꾸로 이용객을 활성화하려면 환승할인을 어떻게든 진행하고 이용객 늘리는 데는 코레일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 논의가 계속 평행선을 달리며 1년째 아무 해결도 안 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울산시의 고질적인 현안이어서, 부울경 메가시티 사업 진행할 때 울산 부산간 연합 사업으로 광역전철 환승할인 문제를 현안으로 넣으려고 했는데, 부산과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안이니 함께 추진해서 나머지 역에 대한 코레일의 비용 부담을 더 높여달라고 요구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메가시티 사업 자체가 좌초되면서 이를 통한 추진도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울산시나 코레일이나 입장에 변화가 없어서 환승할인 언제쯤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사황입니다.
Q. 기왕에 지은 전철이면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할인 혜택을 제공할 필요는 있을 것 같은데요.
버스는 이미 노선이 한계치에 도달해있고 노선도 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걸로 이용객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거든요. 이건 정차 횟수를 늘리는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향후 북울산역이 개통을 하는데 송정이나 매곡 등 신도시 쪽에서 전철을 이용할 이용객들이 잠재 수요가 있을 건데, 이분들이 결과적으로 전철을 탈 때 "환승할인 왜 안돼"라는 얘기가 또 나올 것이다. 울산 입장에서 충분히 교통수단을 확보해 놓고 이용객이 충분히 많다는 점을 들어 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