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 톡톡> 표준FM 97.5(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2년 6월 29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보들 중 당선자가 바뀐 곳에서는 인수위원회가 운영됐죠. 울산시를 포함해 각 구군에서 인수위원회가 활동했는데, 오늘로 대부분 활동을 마쳤습니다. 무엇보다 울산지역 시정 전반의 큰 틀을 정하는 울산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어떻게 활동했고 향후 시정 방향을 어떻게 정했을지가 가장 궁금한 대목인데요. 오늘 이 내용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1. 울산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오늘까지 17일 동안 운영됐는데요. 일단 울산 시정의 큰 틀은 어떻게 정했나요?
민선8기는 시정 비전을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으로 정했습니다. 김두겸 당선자가 선거운동 때부터 사용했던 비전을 그대로 확정한 건데요. 지난 60년 동안 울산이 국가 산업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중추적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위상을 잃어버렸다는 진단을 한 거고요. 그래서 향후 4년 동안 울산의 새로운 60년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걸로 보입니다.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시정목표로는 5가지를 제시했는데요, 일자리가 넘치는 산업도시 외에 문화도시, 생태도시, 안심도시, 정주도시입니다. 울산이 부족하다고 여겨졌던 문화와 생활 정주여건을 보완해서 인구 유출을 막겠다는 의지가 들어있고요. 고질적인 문제이자 주민들의 기본적인 안전을 위협하는 산업재해나 환경오염 등의 재난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 또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애쓰되, 개발이 계속되면서 생태환경이 파괴되는 것도 최대한 막겠다는 방향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2. 어쨌거나 향후 4년 동안 가장 중요한 목표는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말로 이해가 되는데요. 이를 위해서 시청 조직을 일부 개편하겠다고도 선언했다면서요?
김두겸 당선자의 첫 번째 공약이 울산 도심지에 있는 개발제한구역을 과감히 풀어서 산업단지 조성하거나 기업 유치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전담할 부서를 신설하기로 했는데요. 울산시 내에 그린벨트개발팀과 국내투자유치팀을 만들 예정인데, 아무래도 이 부서를 중심으로 공약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외에 울산시 조직상 경제 관련 국이 3개가 있는데, 국별 업무 분장이나 과의 이름이 실제 업무 경계와 잘 맞지 않아서 혼선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부서 이름을 바꾸거나 소속 과를 옮기고 업무를 조정해서 업무 범위나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3. 그러면 정책의 목표나 방향은 이렇게 확정이 되었고요. 그 다음으로 궁금한 게 앞선 지방정부, 그러니까 민선 7기 송철호 시장 체제에서 진행했던 사업들이 그대로 추진이 될 것인가 하는 부분인데요. 인수위는 어떤 입장인가요?
원칙적으로는 민선 7기에 추진해 온 정책은 연속성을 갖고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방법이나 시기 조절이 필요한 정책은 수정 보완할 것이고, 울산에 득이 되지 않는 정책은 변경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결국 어떤 식으로든 민선 7기의 정책을 100% 그대로 가져가지는 않겠다는 의미여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4. '울산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건 민선 8기 새 지방정부의 판단일 텐데요. 앞서 민선 7기가 진행한 사업들 중 어떤 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걸까요?
가장 먼저 문제를 삼고 있는 건 민선 7기가 차세대 사업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입니다. 사실 김두겸 당선자는 선거 과정부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이 실효성이 있는 건지 의문을 제기해 왔죠. 중간에 해프닝도 한 번 있었는데, 김두겸 당선자가 선거가 끝난 이후에, 울산시와 해상풍력 업체와의 회의 자리에 한 차례 참석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때 당선자의 생각이 바뀐 것인가 하는 관심이 쏠리기도 했는데요. 실제로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합니다. ‘울산의 자연 조건상 부유식 해상풍력을 할 만하다는 것은 인정하겠는데, 실제로 사업화해서 돈이 될 만큼의 조건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또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는 주로 해외 기업이 참여하는데, 울산은 터만 제공하고 이익은 별로 못 얻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울산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 실체를 잘 모르겠다’는 게 김두겸 당선자의 생각입니다.
인수위원회에서도 같은 의견이어서,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자체를 폐기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시기를 조절하는 게 어떻겠냐고 건의했는데요. 이건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현재의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고요. 원전 산업을 계속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죠. 원전이 계속 가동되거나 새롭게 만들어진다면 부유식 해상풍력으로 전기 만드는 게 필요가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방법과 시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민선 7기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또 다른 사업이 바로 부울경 특별연합, 이른바 메가시티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제법 추진이 되어서 지난해에는 부울경 합동추진단이 출범했고 관련 규약도 정부 승인을 받았고요. 특별연합 사무소 설치 같은 실무 단계만 남아 있어서 부유식 해상풍력과 달리 ‘실체가 있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김두겸 당선자는 여기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이유는 ‘울산이 얻을 게 없다’는 겁니다. 부울경 특별연합 사업으로 부산과 경남은 큰 혜택을 입었다는데, 울산은 뭘 얻었는지 모르겠다는 의미인데요. 문재인 정부 하에서 지역 개발이나 국토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면서 지역에 굵직한 사회기반시설 사업을 많이 진행했습니다. 부산은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에 국비 28조 원이 투입되고요. 경남은 진해신항 사업에 12조가 들어갑니다. 그런데 울산은 받은 게 없지 않느냐는 게 김두겸 당선자의 생각입니다. 민선 7기 울산시는 울산권 광역철도가 국비 사업이니 이것으로 울산도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김두겸 당선자는 광역철도는 울산만의 것이 아니지 않은가, 부산이나 경남을 연결해서 세 지역이 함께 쓰는 건데 어떻게 울산이 지원을 받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겁니다.
당선자나 인수위원회가 부울경 특별연합 자체를 폐기하겠다는 입장은 아닙니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울산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사업에 대해서는 울산이 부산과 경남에 버금가는 국비 사업을 어떤 것을 받아낼 수 있을지 발굴해서 정부를 더 설득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5. 이외에 이미 정부와 어느정도 협의를 한 사업에 대해서도 민선8기 울산시가 문제를 제기한 경우가 있다면서요?
네. 먼저 외곽순환도로 사업을 들 수 있습니다. 이건 민선7기에서 주요 치적이라고 굉장히 홍보를 많이 하기도 했는데요. 민선 8기 인수위가 보기에는 사업 추진 과정에 문제가 많은 모양입니다. 정확히는 사업의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느냐의 문제에서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외곽순환도로는 북구 가대에서 강동을 연결하는 총 25km 구간인데요. 14km는 고속도로로 정부가 100% 비용을 들여 지어 주는데, 나머지 11km는 도시혼잡도로로 지정해 지방비 부담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투입되는 울산시 예산이 2천 900억 원으로 굉장히 큰 규모입니다. 이게 잘못됐다는 게 민선8기 인수위의 생각입니다.
사실 이건 민선7기 당시 사업이 확정될 때부터 문제 제기가 있었어요. 결국 하나의 도로인데 왜 어디는 고속도로이고 어디는 도시혼잡도로인가를 설명할 논리적 근거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 당시부터 민선7기가 어떻게든 임기 내에 실적 내려고 같은 도로를 어디는 고속도로로, 어디는 도시혼잡도로로 나눠서 진행했고, 울산시가 비용을 부담하는 불리한 조건이더라도 사업을 빨리 추진하는 쪽을 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민선 8기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애초에 국가에서 지어줘야 할 도로이니까 울산시가 2천 900억씩이나 부담할 사업이 아니고, 그 정도 돈은 울산시가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라는 점도 들고 있어요. 그래서 이 비용 부담 문제에 대해서 정부와 다시 협의를 해 보겠다는 게 민선 8기의 계획입니다.
그렇게 설득을 하려면 근거가 있어야겠죠. 민선 8기의 논리는 타 시도와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울산 외곽순환도로 사업이 결정된 게 2019년인데, 당시 기획재정부가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사업으로 전국의 사회기반시설 건립 사업 12개를 선정했고, 울산 외곽순환도로 사업이 그 중에 하나였거든요. 그런데 12개 사업 중 지자체가 이 정도 규모로 돈을 넣는 건 울산밖에 없습니다. 부산신항-김해고속도로, 서남해안관광도로, 새만금국제공항 등 전국 각지에 도로나 철도망을 만드는 비슷한 사업들이 타 지역에서도 선정됐는데, 비용 부담을 보면 국비 100%거나 공공기관, 민간투자의 비중이 높고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는 딱 2곳인데다가, 울산이 비용 부담이 훨씬 큽니다. 왜 울산만 이 정도로 많은 비용 부담해야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타 시도와 균형 맞지 않아 매우 부당하고, 균형발전의 취지에 맞도록 비용 부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득해 보겠다는 건데요.
문제는 이 사업이 이미 비용 부담 기준 결정이 끝나서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한 번 정해진 사업의 비용 부담을 완전히 뒤집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인데요. 취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질문했더니, 최대한 정부에 어필을 많이 하고, 100% 국비 부담이 안 되면 현재 2천 900억 원대인 지방비 부담 금액을 어떻게든 줄이는 쪽으로 노력해보겠다고는 답했습니다. 다만 실제로 성사가 될 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게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사연댐 수문 설치 사업입니다. 이 시간에도 여러 차레 전해 드렸는데,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서 울산의 식수원인 사연댐 물의 저수량을 줄이고, 대신 청도 운문댐의 물을 받는 방안까지는 지난 정부에서 합의가 되어 있죠.
문제는 그 합의 내용에 청도 운문댐의 물을 '얼마나' 받을 것이냐에 대한 확정적인 답변이 없다는 겁니다. 울산은 하루에 7~8만 톤은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주려는 쪽에서는 그 절반 정도만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정부와 지자체 간에 합의할 때 합의문에 운문댐 물 공급량을 정확히 명시해 두지 않아서 합의를 근거로 충분한 공급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울산이 식수를 확보하지 못한 채 멀쩡한 사연댐 물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게 민선 8기 인수위와 당선자의 생각입니다. 여기에 지난 정부의 합의에 대해서 물을 줘야 하는 쪽인 경북 구미시가 다시 불만을 드러내고 있고, 대구와의 갈등도 다시 점화될 조짐이어서 사실 운문댐 물을 울산이 받을 수 있을지도 아직은 불확실해요.
그래서 당선자가 보기에는 이건 확실히 약속을 받아야 하는 문제라는 겁니다.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고 나아가 세계유산 등재하는 것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이건 국보이기 때문에 문화재청이나 문화체육관광부, 수자원공사 같은 국가 기관에서 나서서 풀어야 하는 문제이지, 지자체에만 떠넘겨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또 울산시민이 깨끗한 식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권리도 굉장히 중요한데, 이걸 일방적으로 포기하라고 강요하면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래서 민선 8기는 운문댐 물 공급량이 명확하게 보장될 때까지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수문 설치 사업은 보류하고 정부와 다시 협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6. 그 외에 민선 7기가 주력했던 사업들 상당수도 폐기를 선언했다는데, 어떤 사업들이 사라질까요?
울산시가 1호 사업으로 추진했던 시민신문고위원회부터 사라집니다. 시민신문고위원회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국민청원처럼 시민이 직접 행정기관에 의견을 표명하는 제도로 운영이 됐는데요. 시민이나 기업의 권리, 이익이 침해되는 고충이 있어서 제보를 하면, 위원회가 시민의 입장에서 공정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판단, 조사해서 구제, 해결하는 겁니다. 시민신문고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울산시로부터 독립된 조직이기 때문에, 행정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자체에 직접 문제 제기를 하거나 시정 권고를 내리는 게 더 자유로웠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부당한 행정 때문에 시민이나 기업 등이 피해를 입었거나, 시민이나 기업 간의 분쟁 상황에서 지자체 중재가 어려운 상황 등에서 신문고위원회가 나서서 해결에 도움을 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선8기는 이 조직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없애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시민신문고위원회와 인권담당관실 업무 합치기로 했는데요. 제도 개선이나 시민들의 행정기관 감시 요구는 시청 산하에 감사관실이 있고 여기서 얼마든지 업무 처리를 해 줄 수 있으니 신문고위원회까지 중복해서 둘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또 인권 관련 업무도 시민신문고위원회가 맡아 왔는데, 이 부분은 인권담당관으로 통합해 기존의 시민 제보나 민원 지원, 인권 관련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외에 민선7기 울산시 후반기에 집중적으로 추진되었던 울산국제영화제, 청년예술단, 미래비전위원회도 폐지 결정이 내려졌는데요. 이건 현재까지 진행해봐도 사업에 큰 성과가 없었거나 실효성이 떨어져 굳이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서 없애는 거라고 합니다.
7. 인수위는 기존 시정에서 큰 변화가 없을 거라고 예고했다는데 이야기를 들으면 상당히 변화가 많을 것 같네요. 그런데 당선자가 선거 기간에 공약했던 내용들 중에서도 일부가 폐기됐다면서요?
네. 인수위원회가 선거 과정에서 김두겸 당선자가 내놓았던 공약들을 다시 검토해서 제외할 것들을 건의했습니다. 생각보다 제외하거나 변경한 게 많았는데요. 먼저 공공산후조리원 추가 건립 공약이 사라집니다. 이미 북구에 공공산후조리원이 운영되고 있고 민간에서도 공급이 많아서 공공에서 굳이 또 만들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합니다. 또 출생률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산후조리원을 늘리는 게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하네요.
이외에 북구 신답교-농소 이예로-경주 외동 구어간 도로개설 공약도 폐기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는데, 이건 이미 농소외동 국도, 농소강동 도로 등 인근에 도로 개설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또 삼남-언양-무거 연결하는 트램을 설치하겠다는 공약도, 울산권 광역철도와 공약 사업구간이 완전히 중복되기 때문에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이 부분들은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했다면 얼마든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왜 공약에 넣었는지 다소 의문이 들기도 하죠. 그런데 이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 공약이 두 가지 정도 더 있습니다.
먼저 울산공항을 확장하고 공항 주변 지역의 고도제한을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폐기하겠다고 합니다. 사실 이 공약은 다분히 정치적인 성겪이 강한데요. 민선7기 후반기에 송철호 시장이 울산공항을 폐항하고 이 지역에 새로운 도심을 건설하자는 제안을 한 번 했지 않습니까? 그러고 난 뒤부터 지역 정치권 내에서 찬반 여론이 갈라졌고, 주로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놓았죠. 울산공항을 오히려 국제공항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오면서 실제로 시장 선거 공약으로까지 이어진 건데요. 결국은 이 공약을 실행 안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단 울산공항 확장이 안 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공항을 확장하려면 폭도 넓어져야 하고 길이도 길어져야 하는데요. 산업로 쪽은 이미 아파트와 대규모 주거단지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 쪽으로는 확장이 안 됩니다. 그러면 반대쪽, 현재 동천강과 동천서로 쪽으로 늘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동천서로를 어디로 옮길 수도 없고, 옮긴다고 해도 공항 서쪽 지역은 대부분 산지가 많죠. 그러니까 공항을 늘릴 땅 자체가 없는 겁니다.
그리고 공항 주변지역 고도제한을 완화하겠다는 공약은 애초부터 지방정부 단위 선거에서 나올 이야기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지방정부에게 고도제한을 늘리거나 줄일 권한이 없기 때문이에요. 이건 국가 단위가 아니라 국제기구, ICAO라고 하는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정하고, 심지어 국가나 국가기관, 국토교통부 같은 곳에서도 결정권이 없고 이렇게 줄여달라 저렇게 바꿔달라고 건의나 해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심지어 같은 정당인 국민의힘에서 당선된 김영길 중구청장의 경우도 중구가 고도제한 문제로 가장 지역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데도 공약에 고도제한 문제를 아예 안 넣었거든요. 본인이 해결할 권한이 없는 걸 공약에 넣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인 겁니다. 그러니 김두겸 당선자의 공약도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거죠. 제도적으로도 풀 힘이 없고 현실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없다는 게 확실한데 왜 공약에 넣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김두겸 당선자의 또 다른 공약은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연장 공약입니다. 현재 울주군이 신불산 일대에서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고 있죠. 애초의 계획은 신불산 아래에서 시작해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노선입니다. 그런데 김두겸 당선자가 시장 선거 과정에서 이 노선을 늘리겠다고 공약했어요. 케이블카의 시작점을 신불산 아래쪽이 아니라 5~6km 정도 연장해서 KTX울산역까지 가지고 오겠다는 겁니다. 울산역에 내리자마자 케이블카를 타고 바로 신불산에 올라가면 영남알프스 관광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세우면서 당선되면 연장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공약은 김두겸 당선자가 시장으로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인수위 단계에서 폐기가 됐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노선을 연장하는 게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케이블카 노선을 연장하려면 신불산에서 넘어오는 구간에 정류장을 추가로 만들어야 하는데, 신불산은 자연공원구역이라 정류장 설립하는 규정이 까다로워요. 이 규정상 정류장을 추가로 만들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정류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KTX울산역까지 노선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또 문제가 생깁니다. 케이블카가 전선으로 연결되어서 공중에서 다닌다고 해도, 그걸 지지해 줄 기둥은 중간중간에 설치를 해야겠죠? 그런데 아시겠지만 신불산에서 KTX울산역으로 지나오는 구역들은 대부분 논밭입니다. 농업진흥구역으로 지정이 되어 있고요. 여기에는 케이블카 기둥을 설치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가 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정도 법적인 문제, 권한 문제들은 공약을 세우는 단계에서 지자체나 정부 기관에 물아보기만 해도 금방 파악이 되었을 만큼 간단하게 확인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만약에 불법이라는 점을 몰랐다면 이 정도 중요한 사안을 법적 문제조차 검토하지도 않고 공약에 올린 게 된 거고요. 알고도 올렸다면 유권자를 중대하게 기만한 것이 됩니다. 이런 공약들 때문에 김두겸 당선자를 선택한 유권자가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왜 이런 사안을 공약으로 넣어 홍보했고, 결국은 시장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폐기해 버리게 만든 건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